“제가 동의하지 않았는데 왜 그 일을 추진하셨어요?”
“저희 쪽에서는 의견을 충분히 청취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의견 청취를 하건 말건 제가 동의하지 않았다니까요?”
==“충분한 협의의 과정을 거쳤고 과정상의 문제는 없었기 때문에…”
제가 구성해 본 가상의 대화인데요, 여기서는 '합의’와 '협의’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대로 대화가 될 리 없지요.
협의와 합의는 다른 개념입니다
합의와 협의는 분명히 다른 개념입니다. 뜻 자체가 다르고, 그래서 계약서에 '합의’를 적느냐, '협의’를 적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확연히 달라지게 됩니다.
'합의사항’인 줄 알고 있다가, 나중에 보니까 '협의사항’으로 되어 있으면 사안에 따라 위 대화처럼 낭패를 볼 수도 있는 것이지요. 계약서 외에도 노사협의나 회사 규정에도 굉장히 민감하게 적용되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오늘은 생각보다 중요한 '합의’와 ‘협의’ 두 개념과 그 차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협의란
네이버 사전에서는 협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어요.
둘 이상의 사람이 서로 협력하여 의논함.
한자로는 '協議’라고 적습니다. 화합할 협, 의논할 의 를 씁니다.
어떤 의논할 사안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협의를 한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둘 이상의 사람 또는 단체가 의견을 나누게 됩니다. 그런데 협의에서는 공통된 결론이 도출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의견을 나누는 과정 자체를 이르는 개념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듯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 파견 근무 관련하여 이런 규정이 있다고 해 봅시다.
‘회사는 근무지 변경 인사 발령 전에 근로자와의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면 회사의 의무는 근로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 까지입니다. 근로자가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회사가 근로자와 제대로 논의했다면 규정을 지킨 것이지요. 아마도 회사는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는 기록을 남겨 놓을 듯 합니다.
합의란
네이버 사전에서는 합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1. 서로 의견이 일치함. 또는 그 의견.
2. 둘 이상의 당사자의 의사가 일치함. 또는 그런 일.
한자로는 '合意’라고 해요. 합할 합, 뜻 의 를 사용합니다. 협의와 한글 표기는 비슷하지만 한자로는 많이 다르네요.
협의가 의견을 나누는 과정만을 일컬었다면, 합의는 도출해 내는 결론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앞서 협의에서는 공통된 결론이 나올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지요. 의견을 나눴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어요. 그런데 합의는 의견을 나누고, 더 나아가 합치된 결론이 도출되어야 합니다.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러면 합의가 아니에요. 장시간 의논을 거쳤지만 양 쪽의 의견이 접점을 찾지 못했다면 그건 합의를 본 게 아닙니다. 합의에 실패했다고 표현합니다.
앞서 들었던 예시에서 협의를 합의로 바꿔 보겠습니다.
‘회사는 근무지 변경 인사 발령 전에 근로자와의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면 앞선 협의와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근로자가 근무지 변경에 동의하지 않으면 회사는 인사발령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강제로 하는 방법도 찾으면 있겠지만 굉장히 번거롭거나 상당한 제약이 있겠습니다.
마치며
살다 보면 계약서를 쓸 일들이 종종 찾아 옵니다. 직장 생활도 근로 계약이지요. 오늘은 계약서에 들어가는 수많은 용어 중 헷갈리기 쉬운 합의와 협의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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